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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하면 작업량을 최소화 하면서, 오랫동안 재미있게 즐길 수 있는 보상 컨텐츠를 만들 수 있을까?"

게임의 아이템이나 성장밸런스를 디자인하는 기획자들에게 중심이 되는 화두 중 하나가 바로 위의 물음이 아닐까 합니다. 그리고 많은 게임들이 보상을 양산 가능한 시스템으로 만들어 두고 (아이템을 강화하면 +1/+2 식으로 중첩 강화가 이루어지는 등.) 그 시스템 하에서 보상의 양을 뻥튀기 하는 방법을 사용해 왔습니다. 그리고 실제로도 먹혀들어 왔죠.

하지만 요즘은 상황이 변했습니다. 온라인 게임에 돈을 쓰는게 더이상 이상한 일이 아니게 되다 보니 라이트 유저가 중요해지는데, 하드코어 게이머는 더 지독해졌으면 지독해졌지 전혀 라이트해지지 않았죠.(PC방의 발달이 주요인이 아닐까 짐작합니다만..) 그런데다 하드코어든 라이트든 간에, 요즘은 게임이 많으니까 조금만 재미없어도 휙 갈아타버린단 말입니다. 갈아타지 않도록 하려면 초반에 재미를 줘야하고, 초반에 재미를 주고자 페이스를 빠르게 해주면 하드코어 게이머들이 컨텐츠를 순식간에 잡아먹고는 게임을 까발려 버리는데... 그게 싫어서 빡세게 해두면 지겹다고 접으니 원...
궁여지책으로 초반엔 쉽고 후반으로 가면서 어려워지는 방법을 사용해 봐도, 그 역시 경사가 너무 가파르게 되면 게이머들이 'ㅃㅃ' 하기때문에 적당한 경사도를 잡아야 하고 그러다 보니 라이트 유저가 상대적 박탈감에 우는 걸 막기가 힘들어지고... 이건 어쩔 수 없는 운명이다! 하는 극단적인 생각까지 하게 되죠.

이 글은 바로 그런 종류의 고민을 하고 계신 분들에게 도움이 되고자 쓴 글입니다.

저는 온라인 게임에서 보상의 방식을 두 가지로 나누어 생각하고 있습니다. 이 위의 문단은 그중 한 가지를 배제한 채 사고할 경우의 예입니다. 선형 보상만 생각하고, 비선형 보상을 생각하지 않을 경우이지요.
흔히 생각하는 '좋은 아이템'과 '레벨 업'은 둘 다 선형 보상에 해당됩니다. 선형 보상을 한 마디로 정의하자면, '당연히 좋은 것' 입니다. 리니지에서 +1검보다 +2검이 좋은건 당연하며, 와우에서 10레벨보다 11레벨이 좋은건 당연합니다. 이런 보상을 얻으면 얻을수록 캐릭터는 강해지며, 기획하는 입장에서 보상을 계량하기도 쉽습니다.(덕분에 어느정도 자동화된 밸런싱이 가능하기도 하죠.)즉 선형 보상은 플레이어나 기획자나 알기 쉬우며, 가치를 쉽게 매길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때문에 게임에 익숙해지기 전에도 뭔가 보상을 얻었다는 느낌을 주기 쉽고, 또한 원하는 타이밍에 원하는 방법으로 보상을 제공할 수 있으며, 그 보상이 어떻게 작용할 지 예측하기도 쉽죠.
그런데 장점만 있으면 이상하겠죠? 선형 보상에는 태생적인 단점이 있습니다. 구조를 알기 쉬우며, 가치를 쉽게 매길 수 있다는 점입니다. ...어딘가 이상한가요? 하지만 제가 잘못 쓴 건 아닐 겁니다. 선형 보상은 구조를 파악하기 쉽기 때문에 유저를 질리게 만드는 주 요인이 됩니다. 온라인 게임은(설령 그것이 사실일지라도)플레이어가 '결국 이 게임은 아이템 노가다에 레벨 노가다의 반복일 뿐이야..' 라고 생각하게 되는 순간 끝장입니다. 최소한 요즘의 게이머들은 그런 회의감을 견뎌주면서 게임을 할 만큼 할 일이 없지 않으니까요.(차라리 블로그에 뻘글이나 쓰고 말죠!) 게다가 선형 보상은 가치를 쉽게 매길 수 있기 때문에 높은 단계로 넘어갈 때 마다 아래 단계를 무의미하게 만듭니다. 재사용성이 꽝이란 겁니다. +2검을 얻었는데 +1검을 쓸 이유는 전혀 없잖아요?

그렇다면 아까부터 언급하고 있는 비선형 보상이란 무엇일까요? 역시 간단히 표현하자면 '좋아 보이는 것' 입니다. 이 정도 설명으로는 이해하기에 애매할 것 같으니 예를 들겠습니다. 와우에서는 일정한 골드를 지불하면 특성을 초기화시켜 줍니다. 그렇게 하면 특성을 새로 찍을 수 있게 되죠. 자, 그럼 질문. 특성을 초기화 시켜서 새로 찍으면 캐릭터가 반드시 강해지나요? 아니죠. 물론 엉망으로 찍었던 특성트리를 잘 정돈된 특성트리로 바꾼다면 캐릭터는 강해질 겁니다. 하지만 사용할 수 있는 특성 포인트가 변화한 건 아니죠. 상황에 따라 나아질 수도 있지만, 전혀 나아지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이게 바로 비선형 보상입니다. 무언가 현재 상황을 바꿀 수 있고, 좋아지게 만드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것의 양이 계량되지 않는 보상이죠. 와우의 장신구도 비슷한 맥락입니다. (왜 와우만 예로 드냐구요? 비선형 보상을 제대로 이용했다고 생각되는 게임이 제가 아는 것 중엔 이것 뿐이거든요.) 계급장이라는 장신구 아이템이 있죠. 5분에 한번 사용할 수 있으며, 기절이나 이동불가 등의 상태 이상을 1회 풀어주는 아이템입니다. 다른 플레이어나 특수한 몬스터류와 대결할 때 대단히 중요한 차이를 만들어주는 아이템이죠. 하지만 실제 게임 중엔 기절이나 이동 불가 등을 당하지 않을 상황이 훨씬 많습니다. 몇시간동안 계급장을 사용할 일이 전혀 없는 상황도 허다합니다. 하지만 언제 어디서 상대 진영과 마주칠지 모르고, 어떤 보스가 기절 공격을 할 지 모릅니다. 그러므로 딱 집어 말할 수는 없지만 분명히 존재하는 가치를 가지게 되는 겁니다. 비선형 보상이란 그런 겁니다. 이쯤에서 이해되셨길 빕니다.
자, 그렇다면 비선형 보상은 어떤 특징을 가질까요? '비' 선형 보상이니, 당연히 선형 보상과는 대충 반대되는 성질을 가지겠죠? 비선형 보상은 가치의 변동성이 크고, 계량 및 예측이 어렵습니다. 가치의 변동성이 높아서 얻게 되는 장점은 가장 대표적인 것이 재사용성의 극대화입니다. 설명을 위해 예시를 곁들이겠습니다.

가정 : 이동불가/스킬불가/공격불가 이렇게 3가지 옵션이 있다 칩시다. 그리고 동시에 착용할 수 없는 A와 B라는 아이템이 있구요.
A 아이템은 적을 이동불가 시킵니다. B아이템은 적을 스킬/공격불가로 만듭니다. 일단 급수는 B가 높고, 기능도 더 풍부하네요? 하지만 B아이템을 얻는다고 A아이템을 갖다 버려야 하나요?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이동불가 하나가 스킬+공격불가보다 좋은 상황도 얼마든지 있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만약 같은 가정 하에서 A 아이템은 Hp를 100향상시켜주고 B아이템은 Hp를 200 향상시켜주는 식이었다면 어땠을까요? A 아이템은 당연히 상점행입니다. 가지고 있을 이유가 없죠.(만약 HP와 공격력이라고 해도, 어느정도 가치의 기준을 잡을 수 있는 건 매한가지이이므로 결국 큰 차이가 없습니다.)

가치의 계량도 힘들고 결과의 예측도 어렵다는 점이 보상 요소가 늘어날수록 시너지 효과를 불러오기도 합니다. 비선형 보상 아이템의 경우 어떻게 이용하느냐에 따라 낮은 등급의 아이템도 높은 등급의 아이템보다 좋을 수 있기 때문에, 그것들 중 취사 선택하는 것 자체가 강력한 게임 플레이 요소가 됩니다. 비선형 아이템의 총수가 10개이고 한번에 아이템 2개를 착용할 수 있다면 90종류의 조합이 가능하지요. 만약 한번에 3개를 착용할 수 있다면 경우의 수는 무려 720가지가 됩니다. 단지 열 개로 의미있는 조합을 720가지나(심지어 그 이상도..) 만들 수 있죠.
그러나 비선형 보상은 취급에 각별히 주의할 필요가 있습니다. 비선형 보상은 혼돈스럽습니다. 만드는 쪽에도 플레이 하는 쪽에도 그렇습니다. 모든 상황에서 좋은 것이 아니므로, 상황에 따라 무슨 보상이 어떤 장점을 가져다주는지 파악하지 못한 플레이어에게는 아무 의미가 없습니다.(때문에 게임의 초반 컨텐츠로 들어가긴 힘듭니다.) 게다가 밸런스 조절과 개발이 극적으로 어려워지죠. 특히 밸런싱을 시도할 경우, 이미 수학 차원에서의 밸런스는 무리이고 감각과 경험의 영역에 가까워집니다. 단위 조합의 가지수를 어디까지 허용해주느냐 같은 숙제도 생깁니다. 만약 가능한 조합 수가 너무 많다면? 게임은 혼돈의 세계가 되고 말겠죠.(조합가능한 수가 너무 많아져서 뭐가 좋고 나쁜지도 모를 상태 말입니다.)

그럼 두 가지의 보상 방식에 대한 설명을 마치고, 지금까지의 내용을 정리해보겠습니다.

선형 보상의 특징
-재사용성이 낮다.
-구조가 단순해 제작 및 유저의 적응이 쉽다.
-계량이 쉽다.

비선형 보상의 특징
-재사용성이 높다.
-구조가 복잡해 제작 및 유저의 적응이 어렵다.
-계량이 어렵다.

그렇다면 이걸 떻게 사용하느냐? 두 보상 방식의 특징을 유심히 생각해 보면 답이 나옵니다. 선형 보상부터 생각해보죠. 일단 재사용성이 낮다는건 게임 초입의 유저들에겐 별 문제가 되지 않는 부분입니다. 구조가 단순한건 플레이어에게 보상을 받고 있다는 느낌을 주기 쉬우니 오히려 장점이 되죠. 그러나 게임에 익숙해진 유저에게는 두가지 다 치명적인 단점으로 작용합니다. 그러므로 게임의 초반부는 선형 보상에 치우치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비선형 보상의 경우, 특징인 높은 재사용성은 후반부 유저의 컨텐츠 소모 속도를 제어할 수 있는 매우 강력한 도구입니다. 유저의 적응이 어려운 점 또한 이미 산전수전 다 겪은 유저들에겐 별 문제가 안되죠.(오히려 새로운 도전거리가 생겨서 기뻐할지도 모를 일입니다.) 계량이 힘든 점 역시 장점으로 작용할 수 있는데, 계량이 잘 되지 않기 때문에 라이트 유저들이 받게 되는 상대적 박탈감을 완화해 줄 수 있습니다. 그러므로 게임의 후반부는 비선형 보상에 치우치도록 하는 게 더 유리합니다.

이런 식으로, 위의 두 가지 보상 방식을 적절히 배합하게 되면 서로의 단점을 효과적으로 보완해 줄 수 있는 한 쌍이 됩니다. 물론 환경의 전환 과정이 너무 갑작스럽지 않도록 만드는 것과, 혼돈스러운 비선형 보상이 밸런스 문제를 일으키지 않도록 제어하는 건 기획자의 몫이겠죠. 하지만 어디로 튈 지 모르는 비선형 보상의 밸런싱은, 어려운 만큼이나 흥미로운 도전 과제가 아닐까요?

<출처: GPM>
<작성자 블로그: http://freiya.egloo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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