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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블로그 이름에 걸맡지 않게 근래 게임을 많이 하지 못했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게임을 하기 위한 시간과 체력이 부족한게 가장 크지 싶다.

 

그래서, 디아블로4가 나온다고 했을 때도, 솔직히 그다지 관심을 갖지 않았다. 주변에 같이할 사람도 없었고, 특히 시간적으로 PC게임을 할 만큼 여유있는 상황도 아니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에는 재밌다는 소문이 꽤 돌았고 주변 반응이 살짝 붐(?)업 될 것처럼 느꼈져서 찍먹이라도 해봐야겠다고 결심하게 되었다. 그리고 예상보다(?) 많은 시간을 플레이하게 되었다.

 

지난 한달간 평일에는 1시간 정도, 주말에는 3~4시간 정도 플레이를 했고 이만하면 됐다 싶은 지점에 왔다. 돌아보니, 디아블로4에 대한 나의 평가는 내가 투자한 시간에 따라 다소 극단적으로 변화했다. 그에 대해 간단히 이야기해보고자 한다. 

(본문의 의견은 매우 개인적이고 주관적인 평가임을 미리 밑밥깐다)

 

 

처음에는 디아블로4는 너무 지겨웠다. 지난 시리즈에서 해보지 않은 드루이드 중에 레벨링에 좋다는 회오리 드루를 했다. 그런데, 퀘스트만 반복하는 패턴과 느리고 부족한 타격감은 너무너무 지루하고 재미 없었다.

 

그만할까 하다가, 접기 전에 빌드나 찾아보자 했더니, 쳐부수기 곰 드루가 그나마 재밌다고 해서 변경해서 플레이를 이어가기  시작했다. 이 빌드는 그나마 타격감이 좋고, 핵&슬래쉬 장르에 맞게 몹을 학살하는 느낌이 살아있어 좋았다. 게다가 40레벨쯤 되니 전설 아이템이 떨어지고, 이를 통해 핵심 위상을 갖추게 되면서 조금씩 재미를 느끼게 되었다.

곰드루의 처부수기는 최고의 타격감을 느끼게 해준다.

 

특히, 40레벨 중반쯤에 가장 큰 재미를 느꼈던 것 같다. 아이템, 스킬트리, 정복자, 각종 위상, 마법부여 등 다양한 게임시스템을 기반으로 캐릭터를 성장시키는 재미가 극에 달하게 된다. 특히, 지옥물결, 악몽던전, 은화 등 다양한 방식으로 파밍이 가능하게 만들어둔 덕분에 "내 게임 패턴을 예측해서 적절한 시점에 원하는 것을  떨구나?" 싶을 정도로 성장 디자인이 잘되어 있었고, 난 자연스럽게 게임에 녹아들며 빠져들었다.

 

난 이때까지 디아블로4가 갓겜이라고 생각했다.

지옥물결 수수께끼 상자는 파밍 중 가장 효율이 좋다.

 

그런데 후반부(약 70레벨 중후반)로 넘어가니 문제가 발생했다.

 

난 내 빌드에 필요한 모든 고유, 전설 아이템과 위상도 다 맞춘 상태였지만, 고난이도 악몽 던전을 돌기에는 스펙이 부족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더 높은 위상이나 능력치 또는 수치가 붙은 아이템이 필요했고, 이 아이템은 지금까지 성장한 것과 같이 지옥물결, 은화, 악몽던전을 반복해서 플레이해야 했다.

 

문제는 지금 성장디자인이 잘 되었다고 느꼈던 게임플레이가 이쯤되니 반대로 성장이 완전히 꽉 막혀버렸다고 느껴진다는 것이다. 전설, 고유 아이템은 반복 플레이를 통해 계속 수급은 되는 상황이지만, 내 아이템을 교체하기에는 조건이 너무 많이 붙는 것이다.

 

예로, 악몽던전을 돌면 전설 아이템이 보통 2~4개 정도 떨어진다. 이때 그 아이템들이 내 장비로 쓸만한지 '검토'하려면 아이템 위력은 최소 800이 되어야 한다(대부분이 단계에서 모든 아이템이 탈락한다). 만약, 위력이 된다면 이후 아이템 옵션을 확인하는데 이때 해당 부위에 붙어야 할 필수옵션이 최소 3개 붙어야 한다. 만약, 붙었다면 이제 그 옵션 수치가 내가 가진 아이템보다 높은 수준이어야 한다.

모두가 원하는 늑뚜를 겨우 얻었더니 이따위 수치면? 아이고..

그래서, 결론적으로 난 일주일동안 계속 열심히 게임을 했는데 아이템을 단 하나도 교체하지 못하는 이상한 상황이 발생했다.

 

이쯤 되니, 현타와 함께 게임을 한발 물러서서 다시 보게 되었다. 그리고 내가 내린 결론은 '게임의 후반부 성장 디자인이 잘 못 되었다'는 것이다. 게임에서 가장 기본이 되는 사이클은 [플레이] → [보상] → [성장]이다. 그런데 나는 플레이는 했지만, 보상과 성장이 없는 상태가 되어 버렸다. 말 그대로 시간만 갖다 버린샘이다.

 

최근 나오는 게임을 보면 어떤 유형의 보상이 있더라도 그 노가다(반복)의 수준이 높다고 느껴지면 유저에게 상당한 지탄을 받는다. 그런데, 지금 디아블로4의 후반 게임플레이는 보상 없는 노가다를 너무 당당하게 유저에게 요구하고 있는 상황이다. 소실적 디아블로2에서는 통했을지 모르겠지만, 지금 시대에 게임의 '특성'으로 정의하기에는 너무 성의 없는 짓이 아닌가 싶다.

 

총평하자면 멋진 연출과 다양한 시스템으로 갓겜이 될 뻔했지만, 그 네임벨류에 비해 상당히 아쉬움이 남는 게임이다. 사실 본문에서 말한 것 말고도 좁은 특성 자유도나, 필드에서의 랙 등 말하지 않은 심각한 문제들도 갖고 있다. 시즌제를 운영한다고 하니, 아마도 바로 잡을 시간(기회)은 있을 것이다. 부디 너무 늦지 않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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