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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심히"씨와 "훌륭한"씨는 각각 "엄청난소프트웨어회사"와 "허벌난소프트웨어회사"의 두 직원이다.
우연치 않게 두 회사에 정확히 똑같은 내용의 주문이 들어왔다. "열나어려운문제" 해결을 위한 프로그램을 작성해 달라는 것이었다.

열심히씨는 처음 예상 소요 시간인 3개월 동안 정말 열심히 일했다. 하지만 일을 하면서 예상 외의 장애를 직면했고, 밤샘 작업까지 해가면서 3개월의 마지막 날 매니져에게 이런 말을 할 수 있었다.  "정말 열나게 프로그램을 짰슴다. 밤샘도 하고요. 제가 지금까지 작성한 프로그램은 2000줄입니다. 그런데, 새로운 문제가 기술적으로 불가피하게 발생했습니다. 복잡한 버그(프로그램의 오류)도몇 가지 해결해야 하고요. 한 달 가량이 더 필요합니다." 그러고 한달 후 열심히씨는 몇 개의 버그와 더불어 나름대로 작동하는 프로그램을 매니져와 고객에게 자랑스럽게 보여줄 수 있었다. 벌겋게 충혈된 눈과 미쳐 깎지 못한 수염, 무지무지 어렵고 복잡해 보이는 2500여 줄의 프로그램과 함께.
"예상보다 훨씬 더 복잡한 문제였군요. 정말 수고하셨습니다." 라는 칭찬을 들으면서...

훌륭한씨는 매니져가 "의무적으로" 잡아놓은 예상 소요 시간 3개월의 첫 2달 반을 빈둥거리며 지냈다. 매니져는 훌륭한씨가 월말이 되어서 "정말 죄송해요. 아직 한 줄도 못짰어요. 너무 어려워요. 좀 봐주세요."라고 처량하게 자비를 구할 날을 손꼽아 기다렸다. 웬걸, 마지막 날 훌륭한씨는 예의 "너무도 태연스러운" 모습으로 나타났다. 150여 줄의 프로그램과 함께. 그 프로그램은 멋지게 "열나어려운문제"를 해결했다. 하지만, 매니져가 그 코드를 들여다 보자, 한마디로 "너무도 쉬웠다." 초등학생도 생각해 낼 정도였다. 매니져와 고객은 이름을 "열나쉬운문제"로 바꾸는 데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훌륭한씨는 "이렇게 간단한 문제를 3개월 씩이나 걸려서 풀었습니까? 왜 이렇게 성실하지 못하죠?"라는 비난을 들어야 했다.

둘 중에 누가 승진을 했을까?

열심히씨는 승진하고, 급여인상을 받았다. 훌륭한씨는 급여삭감을 직면하고는 퇴사해 버렸다.

훌륭한 프로그래머는 가난하다. 훌륭한 프로그래머의 딜레마인 것이다.

출처: NoSmok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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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젊은 친구, 게임 디자이너가 되고 싶고, 내게 조언을 구하러 왔지. 나는 자네에게 내가 할 수 있는 최고의 조언을 해주겠지만, 자네가 모두 부인하고 자네가 듣고 싶어하는 말만을 들을 까봐 걱정된다네. 하지만 괜찮네.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소수의 사람만이 이해할 수 있는 진실과 희망을 말하는 것 뿐이니까.

먼저, 자네의 진로를 결정해야 하네. 훈련인가, 교육인가? 훈련은 자네에게 특별한 기술을 가르쳐 주고 학교를 나오자마자 바로 일을 얻을 수 있게 해준다네. 교육은 곧바로 적용할 수는 없는 폭넓은 기술을 가르쳐 주지만, 업계에서 조금 더 오래 일할 수 있을 거네. 속전속결과 전략적 접근 사이에서 선택하는 거라네. 만약 자네가 전략적인 계획을 세우기에는 너무 급하다면, 최근의 훌륭한 컴퓨터 기술에 대해 자세히 가르쳐 주는 학교를 다니게나. 활동력은 젊음의 장점이니까, 자네가 당장 뭔가 하지 않으면 참을 수 없다는 걸 이해할 수 있네. 네가 자네 나이였을 때, 나 역시 대학에서 아무 관계없는 과목을 떠맡기는 것을 참을 수 없었지. 지금 나는 그 오만함을 부끄럽게 생각하고 나를 세게 밀어붙여준 교사들에게 감사한다네.

빠른 경로는 정말로 빠른 결과를 가져오네. 만약 자네가 게임 디자인을 가르치는 학교에 다니거나, 적절한 대학에서 컴퓨터 게임을 전공한다면, 아마 오늘날의 게임 디자인에 대해 정말 많은 것들을 배울걸세. 그리고 자네는 학교를 나오자 마자 23살이 되기도 전에 회사에 들어가 일을 얻을 수 있을 걸세.

하지만 잠깐 기다려 보게. 게임계에서 일하는 것과 게임을 디자인하는 것에는 차이가 있다네. 자네가 얻는 첫번째 일은 물론 불만 투성이일거야. 과연 게임에 등장하는건가 할 정도로 비중이 없는 캐릭터를 맡거나 플레이어가 게임을 빠져나갈 때 '정말로 나가시겠습니까?'하고 물어보는 코드를 작성하는 정도의 작은 업무를 할당받겠지. 만약 그런 일을 잘 해낸다면, 몇 년 뒤에는 좀 더 복잡한 애니메이션을 다루거나 더 중요한 코드 조각을 작성하게 되겠지. 그리고 또 몇 년이 지나면, 제법 중요한 일을 다루는 위치로 올라갈 거네.

하지만 기대는 말게. 문제는 수십만, 심지어는 수백만일지도 모르는 학생들이 자네처럼 컴퓨터 게임 업계의 일부가 되고 싶은 열정을 가지고 있다는 거네. 공급, 수요, 그리고 보수 면에서 생각해 보게. 일하고자 하는 사람의 수요는 일할 수 있는 자리의 공급보다 열배 혹은 백배는 많고, 보수는 떨어진다네. 자네는 궁핍한 보수를 받으면서도 존경 같은 건 받을 수도 없을 걸세. 불평을 해볼 수는 있겠지만, 그들이 말하는 답은 단순하고 정직하지. 맘에 안 들면 나가도 돼. 자네 자리를 차지하고 싶어 목을 매는 애들은 백명도 더 있어.

사실, 그건 분명히 일어나고 있는 일이네. 가끔은 게임 디벨로퍼 컨퍼런스의 회장을 돌아다녀야 할 필요도 있지. 매년 3, 4월에 산 호세에서 열린다네. 돈을 내면서까지 행사장에 들어갈 필요는 없네. 그저 산 호세 컨벤션 센터를 돌아다니며 참석한 사람들을 유심히 살펴보게. 두 가지 놀라운 규칙을 발견할 수 있을 걸세. 첫째, 모두가 검은 옷을 입었고, 둘째, 평균 나이는 25살에서 30살이라는 것.

왜 모두가 검은 옷을 입는지는 잘 모르겠네. 모두에게 어울리는 표준인 것처럼 보이네만. 그러나 그들이 왜 그렇게들 젊은지는 말해줄 수 있네. 모두들 몇 년 뒤에는 업계를 떠나기 때문이지. 게임 업계는 입구가 하나뿐이고 출구는 많은 큰 건물과 같네. 정면의 입구에는 서로 들어가려고 밀고 밀치는 열성적인 어린 아이들 수천이 있고, 오직 소수만이 그 곳으로 들어갈걸세. 하지만 들어간 사람만큼 다른 사람들은 떠난다네. 그게 업계가 균형을 이루는 이유야. 그리고 업계의 너무 많은 사람들이 젊다는 사실은 업계를 재빨리 빠져나가는 사람들을 논증하는바이네. 30대가 될 때까지 그리 많은 사람이 남아있진 않네.

잘 생각해보면 감이 올 걸세. 푼돈을 받고도 열성적으로 일할 아이들이 수천이라면, 자네는 그들을 헐값으로 고용하고 포기할 때까지 노예처럼 일을 시키다가, 대체자를 고용할 수 있겠지. 그저 아이들이 계속 일하도록 하는 허수아비 관리자들을 놓기만 하면 될걸세. 그리고 그 시스템은 완벽하게 돌아가지.

내가 하고 싶은 말은, 자네는 그 시스템의 일부가 되고 싶냐는 걸세. 아니길 바라네. 그래도, 만약 자네가 게임 업계에 큰 흔적을 남기는데 너무 열정적이라면, 그렇게 하게. 나같은 늙은 바보의 말로 자네를 말릴 수는 없지. 그저 자네가 스스로 그런 것들을 배워야 하네.

하지만 내가 자네에게 제안할 수 있는 대안이 하나 있네. 한 번 들어보게. 먼저, 하룻밤 교습이 아니라 진짜 교육을 받게나. 게임과 관련된 것 빼고 진짜 학교로 가게. 할 수 있는 건 많네. 생물학, 물리학(내가 시작한 길이네), 예술, 문학, 역사, 심리학, 언어학. '일반 교육'이라 불리는 것은 뭐든지 되네. 자네의 전공 말고도 많은 과목을 듣게. 그리고 역시, 컴퓨터 과학은 부전공이 되어야 할 걸세.

그리고, 게임을 만들면서 이것저것 실험을 해야 할 거네. 아직은 모양 잡힌 그래픽을 바라진 말게. 게임의 핵심과 구조, 메카닉에 집중하게. 게임 속의 작은 톱니바퀴와 레버들이 어떻게 돌아가게 할 건가. 큰 소리 치려고 상업용 게임 같은 게임을 만드려고 하지 말게나. 그런 게임들은 수십명의 사람들이 함께 만든다네. 자네가 할 수 있는 건 그런 광란의 파티를 옆에서 측은하게 바라보며 응원하는 것 뿐이네. 자네의 과정을 차를 만드는 것처럼 생각해보지. 지금은 크롬 도금이나 색을 칠하는 것에는 신경쓰지 말고, 피스톤을 어떻게 함께 밀어넣는가, 밸브가 어떻게 작동하는가와 기화기가 하는 일을 배우는 데 집중하게. 빛나는 롤스 로이스가 아니라 작은 손수레를 만드려고 해야 하네. 모든 것이 실험적이어야 해. 자네의 디자인에 상업적인 잠재력을 대입하는 일은 절대 하지 말게나. 만들고 나서 그리고 던져 버리게. 독창성은 자네의 자식을 죽여야만 얻을 수 있네. 만약 자네가 자네의 디자인에 너무 사로잡혀서 그것을 놓아주지 않는다면, 자네는 절대로 진정한 디자이너가 가진 불굴의 독창성을 얻을 수 없네.

그 사이에, 자네의 독창성을 위한 지적인 기반을 세우게. 경험있는 게임 디자이너의 가공할만한 독창성과 대적할 방법은 없네. 그러니 아직은 자네의 힘을 키우는 데 집중하게. 이보게, 심지어는 네오조차도 충분한 시간을 들여 능력의 기반을 세울 때까지는 스미스 요원을 당해내지 못 했네. 자네가 할 수 있는 건 다 배우게. 도서관 책장에 있는 책을 모두 조사할 때까지 졸업하지 말게. 자네가 관심을 가질만한 것들을 먼지쌓인 통로에서 만나게 되며 놀랄걸세.

자네가 대학을 졸업하고 나면 바로 게임 업계로 달려가진 말게. (게임 회사가 아닌) 진짜 회사에서 진짜 일을 얻고 돈을 좀 벌게. 하지만 그 때도 자네의 교육을 확장하는 걸 잊지 말게. 자네는 조직적 행동과 기업 환경에서 자네를 다루는 방법에 대해 많이 배우게 될걸세. 언제 그리고 어떻게 사장에 대항하는 가도 배우게 될걸세. 흔치 않을 일이지만 말일세. 그리고 게임 업계에 들어갈 때는 상어와 헤엄칠 준비를 해야 할 걸세.

여가 시간에도 게임을 배우는 일은 계속 하게. 다양하고 많은 손수레 게임들을 만들고, 그 핸들링, 속도 등 다른 특징들을 시험해보게. 여섯 개나 열 개 정도의 게임을 만들고 나면, 자네만의 실질적인 프로젝트를 구성하고 싶을 걸세. 자네를 도와줄 마음이 맞는 동료들을 몇 명 구하고, 정말로 인상적인 어떤 것 만들어 보게. 그것을 세상에 보여주는 거야. 그리고 그 게임은 자네가 게임 업계의 자리를 얻고자 할 때 자네의 이력으로 사용할 수 있네. 자네의 게임이 충분히 좋다면, 흔해빠진 하인이 아니라 실질적인 게임 디자이너로서의 일을 얻을 수 있을 걸세. 여전히 자네는 신입이자 보조 게임 디자이너의 보조를 맡는 역할이겠지만, 자리는 제대로 잡은 거네. 자네가 열심히 일하고 일도 잘 해낸다면, 게임 업계에서 미래를 찾을 수 있게 된다네.

자네가 이런 소리 듣고 싶지 않을 거라는 거 잘 아네. 자네가 듣고 싶은 건 빨리 효과가 있는 방법이겠지. 이런저런 강좌들을 듣고, 최고의 컴퓨터에 완벽하게 창조적인 환경을 갖춘 큰 사무실에서 높은 연봉을 보장받을 수 있는 것 말일세. 물론, 모두가 원하는 게 그거지. 하지만 아무도 그러지 못 하네. 그런 입에 발린 소리를 하는 사람은 자네의 돈을 가로챌 사기꾼이라네. 슬픈 사실은 게임 디자인의 초창기는 지났고, 이제 큰 산업이 되었다는 거네. 누구도 음지에서 '발굴되거나' 하룻밤에 슈퍼스타가 되지 않는다네. 입문자에게는 길고 긴 여정이지.

자네는 열정, 활동력, 그리고 일을 저지를 충동이 있네. 그런데 자네는 긴 여정을 계획하기 위한 전략적 통찰을 가지고 있는가? 아니면 자네가 정말로 준비되기도 전에 달려들려고 하는 건 아닌가?


행운을 비네, 젊은이. 나는 자네를 응원할거야.



출처: 경험주의자의 유전자
트랙백: http://exp-gen.tistory.com/trackback/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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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하면 작업량을 최소화 하면서, 오랫동안 재미있게 즐길 수 있는 보상 컨텐츠를 만들 수 있을까?"

게임의 아이템이나 성장밸런스를 디자인하는 기획자들에게 중심이 되는 화두 중 하나가 바로 위의 물음이 아닐까 합니다. 그리고 많은 게임들이 보상을 양산 가능한 시스템으로 만들어 두고 (아이템을 강화하면 +1/+2 식으로 중첩 강화가 이루어지는 등.) 그 시스템 하에서 보상의 양을 뻥튀기 하는 방법을 사용해 왔습니다. 그리고 실제로도 먹혀들어 왔죠.

하지만 요즘은 상황이 변했습니다. 온라인 게임에 돈을 쓰는게 더이상 이상한 일이 아니게 되다 보니 라이트 유저가 중요해지는데, 하드코어 게이머는 더 지독해졌으면 지독해졌지 전혀 라이트해지지 않았죠.(PC방의 발달이 주요인이 아닐까 짐작합니다만..) 그런데다 하드코어든 라이트든 간에, 요즘은 게임이 많으니까 조금만 재미없어도 휙 갈아타버린단 말입니다. 갈아타지 않도록 하려면 초반에 재미를 줘야하고, 초반에 재미를 주고자 페이스를 빠르게 해주면 하드코어 게이머들이 컨텐츠를 순식간에 잡아먹고는 게임을 까발려 버리는데... 그게 싫어서 빡세게 해두면 지겹다고 접으니 원...
궁여지책으로 초반엔 쉽고 후반으로 가면서 어려워지는 방법을 사용해 봐도, 그 역시 경사가 너무 가파르게 되면 게이머들이 'ㅃㅃ' 하기때문에 적당한 경사도를 잡아야 하고 그러다 보니 라이트 유저가 상대적 박탈감에 우는 걸 막기가 힘들어지고... 이건 어쩔 수 없는 운명이다! 하는 극단적인 생각까지 하게 되죠.

이 글은 바로 그런 종류의 고민을 하고 계신 분들에게 도움이 되고자 쓴 글입니다.

저는 온라인 게임에서 보상의 방식을 두 가지로 나누어 생각하고 있습니다. 이 위의 문단은 그중 한 가지를 배제한 채 사고할 경우의 예입니다. 선형 보상만 생각하고, 비선형 보상을 생각하지 않을 경우이지요.
흔히 생각하는 '좋은 아이템'과 '레벨 업'은 둘 다 선형 보상에 해당됩니다. 선형 보상을 한 마디로 정의하자면, '당연히 좋은 것' 입니다. 리니지에서 +1검보다 +2검이 좋은건 당연하며, 와우에서 10레벨보다 11레벨이 좋은건 당연합니다. 이런 보상을 얻으면 얻을수록 캐릭터는 강해지며, 기획하는 입장에서 보상을 계량하기도 쉽습니다.(덕분에 어느정도 자동화된 밸런싱이 가능하기도 하죠.)즉 선형 보상은 플레이어나 기획자나 알기 쉬우며, 가치를 쉽게 매길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때문에 게임에 익숙해지기 전에도 뭔가 보상을 얻었다는 느낌을 주기 쉽고, 또한 원하는 타이밍에 원하는 방법으로 보상을 제공할 수 있으며, 그 보상이 어떻게 작용할 지 예측하기도 쉽죠.
그런데 장점만 있으면 이상하겠죠? 선형 보상에는 태생적인 단점이 있습니다. 구조를 알기 쉬우며, 가치를 쉽게 매길 수 있다는 점입니다. ...어딘가 이상한가요? 하지만 제가 잘못 쓴 건 아닐 겁니다. 선형 보상은 구조를 파악하기 쉽기 때문에 유저를 질리게 만드는 주 요인이 됩니다. 온라인 게임은(설령 그것이 사실일지라도)플레이어가 '결국 이 게임은 아이템 노가다에 레벨 노가다의 반복일 뿐이야..' 라고 생각하게 되는 순간 끝장입니다. 최소한 요즘의 게이머들은 그런 회의감을 견뎌주면서 게임을 할 만큼 할 일이 없지 않으니까요.(차라리 블로그에 뻘글이나 쓰고 말죠!) 게다가 선형 보상은 가치를 쉽게 매길 수 있기 때문에 높은 단계로 넘어갈 때 마다 아래 단계를 무의미하게 만듭니다. 재사용성이 꽝이란 겁니다. +2검을 얻었는데 +1검을 쓸 이유는 전혀 없잖아요?

그렇다면 아까부터 언급하고 있는 비선형 보상이란 무엇일까요? 역시 간단히 표현하자면 '좋아 보이는 것' 입니다. 이 정도 설명으로는 이해하기에 애매할 것 같으니 예를 들겠습니다. 와우에서는 일정한 골드를 지불하면 특성을 초기화시켜 줍니다. 그렇게 하면 특성을 새로 찍을 수 있게 되죠. 자, 그럼 질문. 특성을 초기화 시켜서 새로 찍으면 캐릭터가 반드시 강해지나요? 아니죠. 물론 엉망으로 찍었던 특성트리를 잘 정돈된 특성트리로 바꾼다면 캐릭터는 강해질 겁니다. 하지만 사용할 수 있는 특성 포인트가 변화한 건 아니죠. 상황에 따라 나아질 수도 있지만, 전혀 나아지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이게 바로 비선형 보상입니다. 무언가 현재 상황을 바꿀 수 있고, 좋아지게 만드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것의 양이 계량되지 않는 보상이죠. 와우의 장신구도 비슷한 맥락입니다. (왜 와우만 예로 드냐구요? 비선형 보상을 제대로 이용했다고 생각되는 게임이 제가 아는 것 중엔 이것 뿐이거든요.) 계급장이라는 장신구 아이템이 있죠. 5분에 한번 사용할 수 있으며, 기절이나 이동불가 등의 상태 이상을 1회 풀어주는 아이템입니다. 다른 플레이어나 특수한 몬스터류와 대결할 때 대단히 중요한 차이를 만들어주는 아이템이죠. 하지만 실제 게임 중엔 기절이나 이동 불가 등을 당하지 않을 상황이 훨씬 많습니다. 몇시간동안 계급장을 사용할 일이 전혀 없는 상황도 허다합니다. 하지만 언제 어디서 상대 진영과 마주칠지 모르고, 어떤 보스가 기절 공격을 할 지 모릅니다. 그러므로 딱 집어 말할 수는 없지만 분명히 존재하는 가치를 가지게 되는 겁니다. 비선형 보상이란 그런 겁니다. 이쯤에서 이해되셨길 빕니다.
자, 그렇다면 비선형 보상은 어떤 특징을 가질까요? '비' 선형 보상이니, 당연히 선형 보상과는 대충 반대되는 성질을 가지겠죠? 비선형 보상은 가치의 변동성이 크고, 계량 및 예측이 어렵습니다. 가치의 변동성이 높아서 얻게 되는 장점은 가장 대표적인 것이 재사용성의 극대화입니다. 설명을 위해 예시를 곁들이겠습니다.

가정 : 이동불가/스킬불가/공격불가 이렇게 3가지 옵션이 있다 칩시다. 그리고 동시에 착용할 수 없는 A와 B라는 아이템이 있구요.
A 아이템은 적을 이동불가 시킵니다. B아이템은 적을 스킬/공격불가로 만듭니다. 일단 급수는 B가 높고, 기능도 더 풍부하네요? 하지만 B아이템을 얻는다고 A아이템을 갖다 버려야 하나요?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이동불가 하나가 스킬+공격불가보다 좋은 상황도 얼마든지 있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만약 같은 가정 하에서 A 아이템은 Hp를 100향상시켜주고 B아이템은 Hp를 200 향상시켜주는 식이었다면 어땠을까요? A 아이템은 당연히 상점행입니다. 가지고 있을 이유가 없죠.(만약 HP와 공격력이라고 해도, 어느정도 가치의 기준을 잡을 수 있는 건 매한가지이이므로 결국 큰 차이가 없습니다.)

가치의 계량도 힘들고 결과의 예측도 어렵다는 점이 보상 요소가 늘어날수록 시너지 효과를 불러오기도 합니다. 비선형 보상 아이템의 경우 어떻게 이용하느냐에 따라 낮은 등급의 아이템도 높은 등급의 아이템보다 좋을 수 있기 때문에, 그것들 중 취사 선택하는 것 자체가 강력한 게임 플레이 요소가 됩니다. 비선형 아이템의 총수가 10개이고 한번에 아이템 2개를 착용할 수 있다면 90종류의 조합이 가능하지요. 만약 한번에 3개를 착용할 수 있다면 경우의 수는 무려 720가지가 됩니다. 단지 열 개로 의미있는 조합을 720가지나(심지어 그 이상도..) 만들 수 있죠.
그러나 비선형 보상은 취급에 각별히 주의할 필요가 있습니다. 비선형 보상은 혼돈스럽습니다. 만드는 쪽에도 플레이 하는 쪽에도 그렇습니다. 모든 상황에서 좋은 것이 아니므로, 상황에 따라 무슨 보상이 어떤 장점을 가져다주는지 파악하지 못한 플레이어에게는 아무 의미가 없습니다.(때문에 게임의 초반 컨텐츠로 들어가긴 힘듭니다.) 게다가 밸런스 조절과 개발이 극적으로 어려워지죠. 특히 밸런싱을 시도할 경우, 이미 수학 차원에서의 밸런스는 무리이고 감각과 경험의 영역에 가까워집니다. 단위 조합의 가지수를 어디까지 허용해주느냐 같은 숙제도 생깁니다. 만약 가능한 조합 수가 너무 많다면? 게임은 혼돈의 세계가 되고 말겠죠.(조합가능한 수가 너무 많아져서 뭐가 좋고 나쁜지도 모를 상태 말입니다.)

그럼 두 가지의 보상 방식에 대한 설명을 마치고, 지금까지의 내용을 정리해보겠습니다.

선형 보상의 특징
-재사용성이 낮다.
-구조가 단순해 제작 및 유저의 적응이 쉽다.
-계량이 쉽다.

비선형 보상의 특징
-재사용성이 높다.
-구조가 복잡해 제작 및 유저의 적응이 어렵다.
-계량이 어렵다.

그렇다면 이걸 떻게 사용하느냐? 두 보상 방식의 특징을 유심히 생각해 보면 답이 나옵니다. 선형 보상부터 생각해보죠. 일단 재사용성이 낮다는건 게임 초입의 유저들에겐 별 문제가 되지 않는 부분입니다. 구조가 단순한건 플레이어에게 보상을 받고 있다는 느낌을 주기 쉬우니 오히려 장점이 되죠. 그러나 게임에 익숙해진 유저에게는 두가지 다 치명적인 단점으로 작용합니다. 그러므로 게임의 초반부는 선형 보상에 치우치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비선형 보상의 경우, 특징인 높은 재사용성은 후반부 유저의 컨텐츠 소모 속도를 제어할 수 있는 매우 강력한 도구입니다. 유저의 적응이 어려운 점 또한 이미 산전수전 다 겪은 유저들에겐 별 문제가 안되죠.(오히려 새로운 도전거리가 생겨서 기뻐할지도 모를 일입니다.) 계량이 힘든 점 역시 장점으로 작용할 수 있는데, 계량이 잘 되지 않기 때문에 라이트 유저들이 받게 되는 상대적 박탈감을 완화해 줄 수 있습니다. 그러므로 게임의 후반부는 비선형 보상에 치우치도록 하는 게 더 유리합니다.

이런 식으로, 위의 두 가지 보상 방식을 적절히 배합하게 되면 서로의 단점을 효과적으로 보완해 줄 수 있는 한 쌍이 됩니다. 물론 환경의 전환 과정이 너무 갑작스럽지 않도록 만드는 것과, 혼돈스러운 비선형 보상이 밸런스 문제를 일으키지 않도록 제어하는 건 기획자의 몫이겠죠. 하지만 어디로 튈 지 모르는 비선형 보상의 밸런싱은, 어려운 만큼이나 흥미로운 도전 과제가 아닐까요?

<출처: GPM>
<작성자 블로그: http://freiya.egloo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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꼭 해보고 싶어서 친구한테 PSP를 빌렸다.

게임성만 보면 정말 흠 잡을 것이 없는 게임이지만, 짧은 Play Time은 너무 아쉽다.

기술 배우고 제대로 습득도 못했는데 Clear한 찝찝한 느낌..?

암튼 정말 잘 만든 게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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